조선 후기 200년,
'달다'는 어떻게
더 많은 음식으로 퍼져나갔나
한글 음식조리서 29종에 나타난 미각형용사 '달다'의 용례 108건을 따라가며
17세기 말부터 19세기 말까지의 분포 변화를 시각화합니다.
박수민 (2023), 「조선 후기 한글 음식조리서에 나타난 미각형용사 '달다'의 분포 변화」
『어문론총』 98호, 한국문학언어학회
들어가며
음식조리서는 맛의 언어를 담는다
조선시대 한글 음식조리서에는 음식의 조리법과 그 맛을 표현하는 어구가 풍부하게 담겨 있다. 그중에서도 고유어 미각형용사는 그 시대 사람들이 맛을 어떻게 언어로 표현했는지를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다.
이 연구는 손용주(2000)를 따라 기본 미각어 여섯 가지를 선정하고, 데이터베이스에서 각각의 용례를 검색해 그 출현 횟수를 집계했다. 그 결과 '달다'가 압도적으로 많이 쓰였음이 드러난다.
이 글은 세 가지 질문에 답한다. ① 조선 후기 한글 음식조리서에서 미각형용사는 어떻게 분포하는가? ② '달다'의 출현 환경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했는가? ③ 그 변화를 일으킨 언어적·사회적 요인은 무엇인가?
데이터 개관
29종의 조리서, '달다' 125회
여섯 미각형용사의 출현 횟수
데이터베이스 내 총 출현 횟수 (논문 〈표 2〉)
'달다'의 분포
어떤 책에서, 어떤 음식에 쓰였나
'달다'는 27종 중 22종의 조리서에서 쓰였다. 『시의전서』와 『규합총서』, 『윤씨음식법』에서 특히 빈번하게 나타난다. 또한 '달다'가 포함된 음식항목 103종을 종류별로 묶으면, 술이 약 4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떡이 그 뒤를 잇는다.
조리서별 '달다' 출현 횟수
'달다'가 쓰인 22종 조리서 (논문 〈그림 2〉)
'달다'를 포함한 음식항목의 종류 (총 103종)
음식 종류별 분류 (논문 〈그림 3〉)
핵심 — 시대별 확장
술과 장에서 시작해
떡·한과·음청류로 번지다
17~18세기에 '달다'는 발효식품인 술과 장의 단맛에만 쓰였다. 그러나 19세기에 이르면 떡, 한과, 음청류 등 다양한 음식의 조리법으로 그 쓰임이 확장된다.
아래 시기 버튼을 눌러 '달다'가 쓰인 음식 종류가 시대에 따라 어떻게 늘어나는지 살펴보자. 색이 진할수록 용례가 많다.
소결
'달다'에 일어난 세 가지 변화
출현 음식의 확장
발효식품에 한정되던 '달다'가 19세기에는 다양한 음식의 조리법으로 퍼졌다. (앞 절의 시대별 히트맵 참고)
묘사 대상의 확장
완성된 음식·재료의 단맛만이 아니라, 조리 도중 맛을 확인하는 단계에도 쓰이게 되었다. 같은 증편의 조리법을 견주면 분명하다. 논문 3.3.2 · 예문 (14)
조흔 ᄡᆞᆯ ᄒᆞᆫ 되 무이 시어 밥을 무르게 지어 … 반 동ᄒᆡ만 ᄒᆞ게 둣다가 괴ᄒᆞ거든 안처 ᄡᅵ라
좋은 쌀 한 되를 깨끗이 씻어 밥을 무르게 지어 … 반 동이만 하게 두었다가 괴거든 안쳐 쪄라. — '쌀 한 되·반 동이·칠 홉'으로 계량할 뿐, 도중에 맛을 보는 단계가 없다.
증편긔쥬 젼 밥 지어 누룩 버무려 두엇다가 달곰ᄡᆞᆯ살ᄒᆞ거든 걸러 ᄒᆞ면 슈이 되고
증편 기주(밑반죽)는 미리 밥을 지어 누룩에 버무려 두었다가 (맛이) 달곰쌉쌀하거든 걸러서 하면 쉬이 되고. — 조리자가 직접 기주의 맛을 보아 조리 과정을 서술한다.
'꿀'과의 공기
처음엔 감미료 '꿀'과 함께 나타나지 않다가, 차츰 꿀과 공기하게 되었다. 같은 토란단자를 견주면, 둘 다 꿀을 쓰지만 '달다'의 명시 여부가 다르다. 논문 3.3.3 · 예문 (15)
밤을 살마 걸너 밤단ᄌᆞ쳐럼 쇼 너허 ᄭᅮᆯ 뭇쳐 잣가로 ᄲᅮ려 ᄡᅳ나니
밤을 삶아 걸러 밤단자처럼 소를 넣어 꿀을 묻혀 잣가루를 뿌려 쓴다. — 꿀을 재료로 쓰면서도 '달다'는 쓰지 않는다.
거피ᄑᆞᆺ ᄭᅮᆯ 달게 복고 ᄎᆞᆯᄀᆞᆯᄂᆡ ᄭᅮᆯ ᄃᆞᆯ게 버무려 츠지 말고
거피한 팥과 꿀을 달게 볶고, 찹쌀가루에 꿀을 달게 버무려 치지 말고. — 감미료 '꿀'과 '달다'가 한 문맥에서 함께 나타난다.
원인 분석
왜 확장되었나
'달다'의 쓰임이 넓어진 까닭을 두 가지 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 두 원리 사이의 우선순위가 바뀐 것이다.
표현의 경제성
독자가 이미 아는 정보는 굳이 말하지 않는다. 꿀이 든 음식은 달 것이 자명하므로, 발효식품인 술·장의 단맛만 명시했다.
의미의 투명성
음식의 맛이라는 정보를 가시적으로 드러낸다. 꿀이 들어간 음식의 단맛, 조리 중간 단계의 맛까지 '달다'로 적극 명시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 전환을 일으켰을까? 논문은 그 배경을 음식조리서의 편찬 의도와 독자층의 변화에서 찾는다.
『음식디미방』 (1670년경)
"이 책을 이렇게 눈 어두운데 간신히 썼으니… 딸자식들은 각각 베껴 가되 이 책을 가져갈 생각일랑 절대 말라."
독자와 공유하는 지식이 많아 생략이 자연스럽다 → 경제성
『규합총서』 (1815년)
"각각 조항을 널리 적기에 힘써 밝고 자세하게 하고 분명하게 하였으므로, 한번 책을 열면 가히 알아 보아 행하게 하라."
공유 지식이 적어 명확한 서술이 필요하다 → 투명성
용례 탐색기
'달다' 108건을 직접 살펴보기
조리서·시기·음식 종류로 걸러 보고, 원문과 현대어역을 나란히 읽을 수 있다. '꿀'과 함께 쓰인 용례만 골라 볼 수도 있다.
결론
정리하며
18세기에서 19세기로 가면서 '달다'의 용례에는 크게 세 가지 변화가 일어났다.
- 출현 환경이 술·장에서 떡·한과·음청류 등 다양한 음식으로 확장되었다.
- 완성된 음식의 맛만이 아니라 음식을 만드는 중간 과정의 맛을 확인하는 데에도 쓰였다.
- 감미료 '꿀'과 거의 공기하지 않다가, 꿀·설탕물 등을 직접 가리키며 함께 출현하게 되었다.
이 확장은 표현의 경제성에서 의미의 투명성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간 결과이며, 그 배경에는 조리서가 가내 보존용에서 대중 전파용으로 바뀐 저술 동기와 독자층의 변화가 있다.
다만 이 결과는 한글 음식조리서에 한정되며, '맵다'·'쓰다' 등 다른 미각형용사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지는 후속 연구의 과제로 남는다.